배움

Between의 2015년을 보내며 정리한 10가지 배움

박재욱 2016. 1. 4. 09:08


 2015년 연말을 맞아 늘 써오던 것처럼 1년의 배움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벌써 새해가 밝아버렸습니다. 2015년을 보내며 겪어왔던 일들을 하나씩 열거해두고 곱씹는 과정이 과거 4년보다 훨씬 길었던 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고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던 1년이었습니다. 


2015년의 10가지 배움
  1. 스타트업도 나이를 먹는다.
 하나의 회사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걸 좀 더 몸에 와닿게 느꼈습니다. 5년차가 되고보니 스타트업도 확실히 나이를 먹고 그에 따라 초창기의 불타는 역동성은 떨어지고 좀 더 체계화되고 성숙한 느낌의 회사가 되어가는걸 경험했습니다. 멋 모르고 덤벼왔던 패기가 줄어들고 좀 더 신중하게 ROI를 따져 접근하는 모습이 늘었습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면서 성향이 바뀌어 가는 것처럼 회사도 비슷한 길을 걷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으로서의 장점을 살리고, 성숙해진 기업으로서의 체계화된 모습도 품을 수 있는 균형감각이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1. 사람이 늘어난다고 회사의 속도가 빨라지진 않는다.
 유저가 늘어나고 건드리는 비즈니스의 영역이 넓어짐에 따라 좀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고,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에 좋은 분들을 회사로 더 모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사람의 숫자만 늘어난다고 해서 회사의 속도가 빨라지진 않는다는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생각했을 때 사람의 수가 늘면 더 많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늘어난 숫자만큼의 커뮤니케이션 비용과 업무적 비효율이 발생했습니다. 
 회사가 성장을 하면 할수록 인력이 늘어났을 때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도록 회사의 구조를 만들 것인가가 장기적인 회사의 경영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빠르게 적응하고 그 사람이 한 사람의 몫을 하고, 그를 넘어 기존의 멤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회사의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주먹구구식인 부분이 많지만 매년마다 나은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1. 회사의 성장 속도가 아닌 '성장 가속도'가 내부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영향을 미친다. 
 2015년만큼 회사 식구들의 동기부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상당히 큰 유저 베이스(1000만 다운로드)를 가지고 한 해를 시작했고, 큰 유저베이스가 이미 깔려있던 만큼 지난 3년 동안의 폭발적인 성장을 쉽사리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성장 속도와 가장 연관이 큰 유저의 성장 속도는 2014년과 비교해 크게 변한게 없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나 일에 대한 이니셔티브가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이는 차에 타고 있더라도 그 속도가 일정하면 차 안에서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일정한 속도로 성장을 하는 회사 안에 있는 구성원들은 과거와 같은 동기부여를 갖는게 쉽지 않다는걸 배웠습니다.
 왜 많은 잘되는 스타트업들이 계속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투자를 하고 성장의 가속도를 높히려고 하는지 느껴지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장한 회사가 왜 1,2년차의 스타트업과 같은 동기부여로 일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0부터 시작하는 초기 스타트업은 조금만 성장을 해도 그 가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느껴지고, 그게 내부 구성원들에게 전해집니다. 하지만 한 번 성장을 만들어낸 스타트업은 기존의 성장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도록 가속을 해야지만 내부 구성원들의 동기부여를 예전의 수준만큼 끌어낼 수 있기에 운영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롤러코스터에 타있는 사람들은 속도가 아닌 가속도에 의해 힘을 받습니다.


  1.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은 항상 새로운 도전이고 생각보다 많은 리소스가 들어간다.
 2015년에는 비트윈데이트라는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였습니다. 비트윈 유저들이 크라우드 소싱으로 좋은 데이트 장소를 제보하고, 그걸 쉽게 찾고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서비스 운영 자체가 비트윈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실제로 런칭을 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리소스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유저들이 제보한 정보를 하나하나 검수하며 다듬는 작업, 불편한 UI를 고치는 작업, 유저들의 원하는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과정 등은 처음에 런칭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생각보다 훨씬 많은 리소스를 필요로 했습니다. 무언가 신규로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은 하나의 스타트업을 작게 다시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서비스를 고려할 때에는 현재의 적은 리소스를 배분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그게 진정 가치가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꼭 해야하는 일인지에 대해 초기부터 많은 고민을 하는게 중요하다는걸 배웠습니다. 

  1. 회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사회적 책임도 커진다.
 2015년에 잊을 수 없는 일 중 하나는 저희가 해카톤에서 출시했던 제품이 다른 개발자의 제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사건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해카톤에서 나온 제품이라하여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고 스토어에 올렸기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은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따끔한 질책과 조언을 들으며 많이 반성을 하게 되었고, 성장한 스타트업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항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을 만드는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사고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는 그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는걸 배웠습니다. 회사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커진만큼, 우리의 작은 결정 하나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도 과거에 비해서는 훨씬 크다는걸 깨닫고 이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 새로운 목표는 ‘회사의 가속도’를 만드는 좋은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3번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2015년에 제가 경영을 하며 가장 많이 던진 화두는 '회사의 가속도’였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그 중에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게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해 다시 한 번 달려보는 것이었습니다. 2015년의 경우에는 비트윈데이트의 출시와 비트윈 3.0 출시가 그러한 새로운 계기가 되었는데, 새로운 목표와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다함께 속도를 내보면서 내부적으로 많은 동기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조직이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 좋은 투자사들은 스타트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곤 한다.
 2015년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를 믿고 지지해준 투자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드는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격려해주고 도와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투자자들 덕분에 작은 위기 상황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DeNA는 저희 전담팀을 만들어 마케팅을 도와주고 동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주었고, 국내 투자사들은 바쁠 때에도 지속적으로 회사에 들러 경영에 대한 좋은 조언과 격려를 많이 해주었으며, 500스타트업은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외 많은 잠재적 파트너사와의 연결을 도와주었습니다. 비난과 질책보다는 격려와 도움을 주는 투자사들과 한 배를 탄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1. 스타트업 경영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밸런스 사이의 줄다리기다.
 이 배움에 대해서는 사실 매년마다 강조하고 돌아보지만 매번 돌아봤을 때는 후회가 남기에 올해에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올해 주로 고민했던 사항들은 1) 회사 내부와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데 신경을 쓸지/회사 외부와 외형을 확장하는데 신경을 쓸지, 2)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지/현재의 제품에서 기능을 붙여나갈지, 3) 유저에 성장에 초점을 맞출지/수익을 보다 신경쓸지, 4) 한국 시장에서 더 깊게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지/새로운 해외 시장으로의 진입을 해나갈지 등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지금에 와서 돌아보니, 한 번 선택을 했을 때는 굉장한 집중력으로 선택한 방향을 밀고 나간뒤 어느 정도 성과가날 때에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밸런스가 너무 무너지진 않았는지 살펴보고 균형을 잡았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적은 리소스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회사의 생각이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계속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1. 비교를 덜어내면 본질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2015년에는 보다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회사의 본질(서비스의 개선, 효율적인 조직 관리, 수익화 테스트 등)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기 위해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와의 비교에 신경쓰기 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왜 나는 저만큼 못할까, 어떻게 하면 저 회사처럼 빠르게 클 수 있을까 등에 대해 고민을 덜어내니 자연스럽게 본질적인 것들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습니다. 

  1. 5년을 돌아 다시 회사의 비전과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로. 
 어느새 회사를 창업한지 만 5년이 다 되어갑니다. 2015년에는 단순히 한 해 동안에 있었던 일뿐만이 아니라 만 5살이 되어가는 VCNC라는 회사의 일생도 다시 한 번 돌아보았습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힘들고 지치고 외로웠던 순간들도 떠올랐지만, 그보다는 재밌었고 기쁘고 열정으로 불타올랐던 순간들이 더 많이 기억났습니다. 이럴 수 있었던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우리 회사가,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되뇌일 때마다 그 답이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서’였기 때문입니다.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조석 작가 작품) 1000화에 이런 장면이 나왔습니다. ‘1화의 조석이 1000화의 조석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너는 좋겠다. 니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까.’ 5년 전에 창업을 준비하려던 제가 지금의 저를 보면서 해주고 싶은 말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매번 이 글을 쓸 때마다 한 해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단 사실을 세삼 깨닫습니다. 사업이 주는 가장 큰 기쁨 중 하나가 이러한 배움이 늘 따라다닌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올 한해도 더 많이 배우고 그 배움을 바탕으로 좀 더 나은 기업가가 되어, 좀 더 멋진 회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2016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