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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안녕하세요, VCNC의 강민수 입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우경재 군의 첫 글(Google의 New Business Manager, 김현유님을 만나다!)로 시작한 실리콘밸리 현업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의 인터뷰 특집을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번 인터뷰 글이 워낙 양과 질 면에서 충실한 글이라 두 번째로 글을 잇는 입장에서 다소 부담이 되지만, 저희가 받은 감흥을 최대한 현장감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에 제가 소개드릴 분은 "Fenwick & West LLP"라는 로펌에 다니고 계시는 안도현 변호사님입니다. Fenwick & West라는 곳이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생경할 수 있는 회사이기에 보충설명을 조금만 하자면, 실리콘 밸리에 본사를 두고 하이테크 기업들을 위한 법무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로펌으로, 애플의 창업과정을 전담해서 도운 것으로도 잘 알려진 기업입니다(보다 자세한 설명은 본문과 첨부하는 링크를 통해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도현 변호사님은 다년간 우리나라에서 다년간 변리사로 특허 관련 업무를 하시다가 법무법인 광장을 거쳐 현재는 Fenwick & West에서 특허 전문 변호사(Patent Attorney)로 일하시면서 각종 하이테크 기업들의 특허 출원, 관리, 소송 등 제반 업무를 담당하고 계십니다. 안도현 변호사님의 자세한 프로필은 아래와 같습니다.

<안도현(David Ahn) 변호사님의 프로필> (출처: LinkedIn)

Experience:
Patent Attorney, Attorney at Law, Associate
Fenwick & West LLP (October 2006 — Present)
Patent prosecution, counseling related to intellectual property matters, patent analysis, and patent litigation. I have prepared and prosecuted patents in a wide range of technology areas including telecommunications, digital signal processing, audio/video media, power control circuitry, robotics, electromechanical devices, artificial intelligence and semiconductor fabrication processes. I also have experiences in IP auditing and patent litigation support. 

I am a member of the State Bars of California and New York. I am also admitted to practice before the United States Patent and Trademark Office, and am a registered Korean patent attorney.

Foreign Legal Counsel, Patent Attorney
Firstlaw, Lee & Ko (September 2003 — May 2006)
Represented various U.S. and European clients with respect to patent prosecution and litigation in Korea.

Education:
Hanyang University
M.S. , Electrical Engineering , (2004 — 2006)

University of Illinois College of Law
J.D. , Law , (2000 — 2003)
(CALI award in contract; dean's list; cum laude)

Seoul National University
B.S. , Mechanical Engineering , (1990 — 1995)

기업이 창업하여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을 뒤흔들 만한 뛰어난 아이디어와 그것을 실현시키는 뛰어난 능력과 기업가정신을 갖춘 창업자, 그리고 돈(벤처캐피털)이겠죠. 그렇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데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이들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법률적 문제입니다. 창업자들 간의 지분 배분부터 책임 한계 설정, 법인 등록, 특허 출원 및 기술 라이센싱, 사용자 관련 법률 정책 책정 등... 셀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있습니다거기다 기업이 성공해서 투자를 받는다거나 M&A 딜이 벌어지게라도 되면 검토해야 할 법적 이슈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회사가 사회체계 하에서 운영되는 이상 필히 통과해야할 관문들이지만, 회사들(특히 벤처는 더더욱)이 이런 사안들까지 모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면 회사 운영은 커녕 창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때문에 회사들을 법적으로 서포트해주는 법률서비스 시스템 역시 실리콘 밸리의 한 축을 이루며 발전을 해왔습니다. 저희는 안도현 변호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하이테크 기업들을 서포트하는 실리콘밸리의 법무 환경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년간 변리사 활동까지 하셨기에 우리나라의 법무 환경과 비교해보는 과정도 가질수 있었습니다.




안도현 변호사님과의 만남은 햇살이 화창한 수요일 정오에 Mountain View 다운타운에 위치한 Fenwick & West 본사에서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안도현님과 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후 사내 회의실에서 본격적인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VCNC: 건물을 들어와보니 대형 로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간결하고 심플한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미국 로펌의 모습을 보면 원래 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이 곳이 특별한 것인가요?

안도현: . 이곳이 좀 그렇죠 ^^ 이곳 실리콘 밸리 만큼은 로펌이라도 건물내부나 외관을 치장하고 그런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클라이언트들이 그런걸 무척 싫어하거든요. 이 곳 클라이언트는 좋은 레스토랑 가는것도 싫어하고, 심지어 변호사들이 정장을 입고 있는것도 싫어해서 캐주얼한 차림으로 피자가게에서 미팅을 하기도 하고 한답니다. 나름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말이죠. 우리가 돈줬더니 이런데다 쓰는거냐. 뭐 이런 식이에요.

반면에 미국 동부에 있는 로펌들은 확실히 좀 다르죠. 뉴욕 월가에 소재하고 있는 로펌들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고급스럽고 호화롭게 꾸며져 있어요. 그 쪽 로펌들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랑 비슷한 면도 좀 있는 것 같아요, Fenwick & West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오피스 같은 경우는 그래도 여기보단 많이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는 편이에요. 실리콘밸리가 유별난 편이죠. 

VCNC: 실리콘 밸리에 와서 실용주의적인 분위기에 많은 인상을 받긴 했지만, 로펌에까지 실용주의가 깃들어있는 모습까지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놀랍네요. 

안도현: 이곳은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되는 곳이다보니 그런지 실용주의 정신이 다른 곳보다도 훨씬 깊게 뿌리내려 있어요. 그러다보니 인종이나 성별에 대한 차별도 없는 편이구요동부같은 경우는 (월가의) 지역 특성상 변호사 업계도 백인, 유태인, 남성 이런 조건들이 아니면 주류로 활동하기가 어려운 편인데, 이곳은 그런걸 별로 따지질 않아요. 철저히 실력, 그리고 실적 위주이죠. 사람을 아무런 배경으로도 평가하지 않고,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시스템이잘 정착이 되어 있죠. 쉽게 생각해서 실용주의하면 그냥 여기 생각하면 돼요. (웃음



실리콘 밸리 답게 골조까지(?) 실용주의가 깃들어 있는 Fenwick & West 건물 회의실. 일체의 꾸밈이 배제된 사내의 분위기는 미국 드라마에서 보아오던 로펌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저희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밝고 깔끔하게 정돈된 회의실 분위기는 오히려 대학 도서관의 세미나실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실용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Chapter 1. 하이테크 기업들을 위한 로펌, Fenwick & West


VCNC: 이야기의 화제를 돌려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Fenwick & West 회사에 대한 질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하이테크 기업들의 모든 영역에 걸쳐  법무를 담당한다고 소개를 하고 있던데요. 조금 더 피부로 와닿게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안도현: 저희사무소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드는 예가 바로 애플컴퓨터(Apple Inc.)에요. 스티브 잡스가 애플컴퓨터를 창립할 당시에 Fenwick & West의 창업자인 Fenwick이 법인 설립(incorporating)을 전담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드는 예가 얼마 전에 선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 Inc.)를 삼킨 오라클(Oracle Corporation)이에요. 오라클이 기업공개를 할 때 저희 사무소에서 제반 업무를 담당했거든요.

요새 하는 일을 가지고 말을 하자면 시스코(CISCO Systems Inc.)를 얘기할 수 있겠네요. 시스코가 알다시피 M&A로 성장동력을 확보한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이에요우수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들을 많이 인수해서 성장동력으로 삼았죠.[각주:1] 최근 시스코가 하는M&A 딜은 저희 사무소에서 주로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이런 큰 딜 말고도 스타트업에 관련된 일도 많이하고 있어요. 벤처 캐피털리스트(이하 VC)들과 팀을 이루어서 스타트업을 함께 평가하기도 하고, 스타트업 회사들이 벌려놓은 법률적인 문제들을 정리하는 자문역할도 합니다.

VCNC: 실리콘 밸리의 로펌인 걸 감안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대응이 잘 되어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Fenwick & West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로펌이 실리콘 밸리 내에 또 존재하나요?

이쪽 계열의 펌들로는 본사는 오스틴에 있지만 Wilson Sonsini Goodrich & Rosati 라는 펌이있고Cooley Godward Kronish 라는 펌도 있어요. 규모는 이들 로펌이 더 크죠. 저희는 실리콘 밸리 지역에서 세 번째 정도의 위치에요. 그렇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들 두 펌은 회사 창업 이런 쪽에 좀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기술과 관련된 법률에 특화되어 있는 정도로만 보면 저희가 제일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VCNC: 네. 아무래도 그렇게 말씀하신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인 부분 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높은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할테니까요. 일반적인 로펌과는 다른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안도현: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클라이언트들이 죄다 하이테크 기업이다 보니 이들 기업들의 특허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도 잦을 수밖에 없죠. 아까이 야기한 시스코 M&A 딜만 해도 하이테크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회사가치를 평가하는 데 기업이 지닌 특허나 기타 지적재삭권의 실사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하이테크 기업에서는 일반적인 기업들에서는 볼 수 없는 법률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저희가 M&A딜을 많이 맡아서 하다 보니 그런 쪽에서도 노하우가 많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도 일반 로펌의 변호사들과는 좀 다르죠. 여기서 일하시는 변호사들 중에는 웬만한 기술에 대해서는 키워드가 입에서 술술 나올 정도로 다 아는 분들이 많이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IT기술은 꿰고 있어요. 예를 들면 지금 저희 로펌의 회장(Chairman) 고든 데이비슨 (Gordon K. Davidson)은 스탠포드 전기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까지 마친사람이에요. 임원진들부터 시작해서 상당수의 스태프들이 탑스쿨에서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학위를 가지고있고, 그런 사람들이 꾸준히 기술을 공부하고 있다보니 여기서는 기술에 대해 클라이언트가 설명을 해줄 필요가 별로 없어요. 거기 따른 이슈나 문제점을 클라이언트가 생각하지 못한 점까지 모두 알고 있고. 기술에 대해서 하나만 말해주면 그에 대한 법률적인 이슈들을 10가지는 말해줄 정도이죠.

VCNC: 그렇다면 그런 기술과 관련된 내용들을 따라갈 수 있도록 회사 내부에서 특별히 운영하고 있는 과정이나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안도현: 특별히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없지만, 기술에 대한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마련해 줘요. 예를 들자면 점심시간에 세미나를 많이 하는데기술 현황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듣기도 하고특정기술 분야에 대해서 일을 많이하신 변호사들의 강의를 듣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런것 만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고 자기가 뛰어들어서 직접 부딪쳐가면서 배우는게 많아요. 아까도 말했지만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탑스쿨 공대 출신이다보니, 금방금방 배우는 것 같아요.

VCNC: 사실 최근에는 특허만이 아니더라도 저작권 문제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상에서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같이 인터넷이 고도화 되면서 발생하는 법률적인 이슈들이 상당히 많을 것 같습니다. 이들 역시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문제 같은데요, 이에 대한 대응은 충분히 되어있나요?

안도현: 물론이죠. 저희 펌에는 저작권 및 네트워크상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법률적 이슈에도 권위자들이 있어요데이빗 헤이즈 (David Hayes) 란 분이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 파트에 장으로 계셔요이 분은 저작권 분야에서 매우 유명합니다. 특히DMCA(Digital Millenium Copyright Act,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 법)이라고 소프트웨어 등을 저작권법의 태두리에서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문법이있는데 그 법에 대해서는 최고의 권위자에요. 뿐만 아니라 저작권 침해 관련한 굵직한 재판들에 참여하기도 했고(Apple Computer v. Microsoft Corp,  A & M Records v. Napster, Inc.)오픈소스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도 상당한 경험이있으십니다. 사실상 이 쪽 분야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권위를 가진 분이라 할 수 있죠

프라이버시분야의 경우에는 저희 로펌에서는 EIM(Electronic Information Management, 전자정보 관리) 그룹을 따로 두어서 담당을 하고 있어요. 전자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프라이버시 문제를 포함한 제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함이죠. 아무래도 이 쪽에서 문제가 생기다보니 특화를 많이 하게 되는 듯 해요.

VCNC: 말씀을 들어보니 실리콘 밸리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로펌은 Fenwick & West 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변호사 분들께 요구하는 업무의 강도 또한 무척 높을 것 같습니다. 

안도현: 그래도 동부의 로펌들보다는 약하다고 말을 해요. Associate 같은 경우는 빌링 기준으로 1년에 1950시간을, Partner의 경우에는 빌링 기준 1800시간에 내부적인 다른 업무를 위해 600시간을 일할 것을 요구해요. 여기서 빌링이라는건 클라이언트한테 법률 자문료를 청구하는 시간을 말해요. 아무래도 파트너같은 경우는 다른 업무들이 있으니 빌링 나가는시간은 좀 더 적죠. 대충 근무일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고, 2주정도 휴가간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기술에 특화된 로펌이라고 보통 회사보다 몇 배는 더 고달플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
Fenwick & West는 실리콘 밸리 등지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VCNC: 이곳이 본사라고 들었는데 지사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안도현: 이곳 마운틴 뷰 본사에는 200명 정도의 변호사에 400명 정도 서포팅 멤버가 있어요. 샌프란시스코에도 꽤 많은 변호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 정도는 아니지만, 하이테크 벤처가 밀집한 시애틀에도 새로 시작한 지사가 있습니다. 아이다호 주에 있는 Boise라는 도시에도 지사가 있어요. 다 합쳐서 300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력이 실리콘 밸리 근처에 집중되어 있죠.

VCNC: 아, 그리고 이곳에 계신 변호사들 중에서 한국 사람으로는 유일하신가요?

안도현: 아니예요. 그렇진 않구요, 요 밑에 학부 때 동기였던 송재원 변호사도 있는데, 얼마 전에 파트너로 승진했어요. 순수하게 한국에서 온 사람이 아니고는, 한국계 교포들은 좀 있어요. 2명 정도? 이따가 잠시 만나러 가요 :) 


Chapter 2. Lawyer in "the" Valley


VCNC: 이제 대화의 주제를 실리콘밸리의 변호사를 하시면서 경험하신 것들로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한국에서 변리사 일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실리콘밸리에 변호사로 오게 되신 건가요?

안도현: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국내에서 특허법률사무소에서 변리사 일을 하고 있었어요. 호기심도 있고 좀 더 넓은 세상구경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미국 로스쿨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가서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변호사들이라는게 법문을 해석하고 적용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로스쿨 안에서는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더라도 공부하는게 상당히 힘들어요. 저도 어릴 때 외국에서 살다가 와서 영어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무척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수업시간 참여보다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잘 치면 학점이 잘 나온다는 걸 깨닫고 난 다음부터는 조금 나아지더라구요(웃음).[각주:2]

그리고 나선 미국에서 변호사 시험을 봤습니다.  미국은 변호사자격을 주별로 따로 시험을 쳐서 자격을 부여합니다. 어떤 주에서 라이센스를 따면 해당 주에서 변호사업무를하는 것이 가능해지죠. 저는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의 변호사 시험(State Bar)을 패스했습니다. 이 두 주의 변호사 시험이 통상 제일 어렵다고 하는데, 캘리포니아주는 객관식 시험(MBE)의 합격 점수가 높아서 어렵고, 뉴욕주는 시험과목수가 많아서 어렵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변호사 시험을 통과해도 캘리포니아법을 잘 모른다는 특징이 있어요(웃음). 객관식으로보는 시험 문제는 전 미국에 통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보통법(Common Law)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주요 과목(계약법, 물권법, 채권법등)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 법 자체에 대해서 시험을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주 시험을 통과한다고 해도 캘리포니아 법 자체를 알지는 못하죠. 실무하면서 배우라는 생각인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죠. 이 점이 한국과 제일 다른 점 같아요한국은 사법연수원 나오면 한국법과 관련된 왠만한 내용은 다 알고, 알아야되는게 여기는 자기가 전공하는 외의 법률이나 다른주의 법률은 시험을 보지 않으니까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한국도 로스쿨제도와 변호사시험 제도가 도입되면 이곳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그렇게 변호사자격을 미국에서 따고 나서는,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해외 클라이언트 대리해서 국내 업무를 많이 했습니다.그러면서 일 관련해서 Fenwick & West와 함께 일 할 기회가 있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오게 되었죠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에 찍은 안도현 변호사님의 사진. 강동원을 닮으셨다는 넉살에 
강동원이 자기를 닮은 거 아니냐고(!) 반문해 주시는 유머 센스도 갖추신, 그야말로 훈남이었습니다.


VCNC: 미국은 특허와 관련된 법무를 다루기 위해서 따로 특허 전문 변호사(Patent Attorney)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게 조건이 일반 변호사가 되기 위한 것보다 더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이 조건은 어떻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인가요?

안도현: 일단 주에서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면, 비로소 "Lawyer" 내지는 "Attorney"라는 말을쓸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특허 전문 변호사, 그러니까 "Patent Attorney"가 되기 위해서는 Patent Bar 라고 불리우는 별도의 시험을 패스해야 합니다. Patent Bar 시험은 미국 특허청에서 주관하는데,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특허청에 이름을 등록하고 특허청의 업무를 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치자면 변리사 시험이랑 성격이 비슷합니다. 다만, Patent Bar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이공계를 졸업해야만 합니다. 한국의 변리사들 중에는 인문계 출신도 계신데, 미국에서 Patent Bar 시험을 보려면 이공계 학부 전공을 해야만 합니다뿐만 아니라 외국인의경우는 영주권을 가지고 있거나 최소한 취업 비자가 있어야 합니다. 변호사시험은 학부 요건이나 영주권/취업비자 요건이 없으므로 Patent Bar 시험에 응시하기 더 까다로운 점도 있습니다.

VCNC: 그만큼 이 쪽에서 전문성을 많이 인정하는가보네요.

안도현: 실리콘밸리의 기술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서 이쪽에서 쏟아지는 특허들은 석사, 박사를 하셨던 분들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곳보다 "패러다임"을바꾸는 발명들이 자주 나오거든요. 일례로 저의 클라이언트인 Numenta[각주:3]라는 회사의 예를 들께요

여러분들은 알겠지만 인공지능 관련해서 한 때 MIT 등 미국 유수의 학교들이랑 회사들이 연구를 정말 많이 했는데 사실상 전부 실패했죠. 그래서 인공지능은 거의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었어요. Numenta라는 회사는 팜(Palm) 창립자가 만든 회사인데, 그 사람이 평생하고 공부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가 사람 뇌였데요. 그래서 팜으로 회사 차리고 돈 많이 번 뒤에, 그 돈으로 만든 회사가 Numenta. Numenta 에서는 사람 뇌의 원리를 모방한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회사인데, 기술력이 상당합니다. Numenta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상용화된 기술이 최근에 나왔어요

VCNC: 만년 논쟁거리인 인공지능이라니 정말로 대단합니다. 말씀만 들어도 기존에 인공지능을 접근하는 시각과는 확연히 다를 것 같습니다. 이런건 정말 실리콘 밸리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것들이 벤처를 장려하는 분위기와도 많은 관련이 있을까요?

안도현: , 뿐만 아니라 마인드셋의 차이도 있는 것 같고. 사실 능력만이라면 이런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이 한국 대기업에서 나올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좀 아쉽습니다. Numenta같은 경우에도 자기들이 차세대 마이크로소프트가 될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거기에 창업을 장려하는 이 동네의 분위기와 맞물려서 이렇게 한국에서 보기 힘든 기술개발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는 리소스입니다.  여기, 실리콘 밸리에는 전세계에서우수한 두뇌를 가진 이민자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개발인력 뿐만 아니라 돈을 포함한 여러가지 리소스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뛰어난 인재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기술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을 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합니다그러다보니 이곳에 자원()이 풍부하더라도 더 많은 개발과 창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어요거기다가 모인 사람들이 다들 뛰어난 사람들이다보니 웬만한 학벌은 소용이 없어요한국에서야 좋은 대학 나왔다고 하면 어느정도 사회적으로 보장되지만여기서는 미국 메이저 대학들과 IIT(Indian Institutes of Technology, 인도공과대학정도를 제외하고는 외국 대학은 별로 인정받지 못합니다한국 계통 사람들과 일하면 모를까여기서 VC랑 일 할 때는 사실 한국의 학벌이나 인맥은 별 소용이 없거든요모국에는 기본적인 인맥이나 가족도 있을텐데 여기 오는 순간 아무 것도 없어요그러니 여기 있는 사람들 보다 몇 배는 열심히 일하고 활동해야지만 경쟁할 수 있는겁니다

VCNC: 그렇군요. 말씀을 들으니 실리콘 밸리의 이러한 경쟁은 비단 엔지니어들에게만 해당하는 바가 아닐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 약력을 보니 나중에 석사학위를 받으셨는데, 그것도 이러한 전문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종으로 보면 되는건가요?

안도현: 실리콘밸리에 있다가 학위나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던 것은 아니고, 한국에서 일을 하다보니 필요를 느끼게 되었어요. 미국변호사 자격을 따고 한국에 돌아와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할 때, 해외 전자회사들의 업무를 많이했는데,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서 전자쪽 석사 공부를 했습니다.

보다자세히 말할께요. 그 당시 제가 담당했던 것 중에 특허 (Patent Pool)이라는게 있어요. 회사간 크로스 라이센싱이 발전된형태라고 보면 되는데, Wi-Fi, MPEG, DMB 같은 기술이 있으면여러 회사들이 함께 그 기술에 대한 풀을 만들어서 관련된 자사의 특허들로 풀을 만드는 거죠. 특허 풀에 포함된 특허를 사용하고 싶은 사람이 해당 풀의 라이센스 비용을 지출하면 포함된 모든 특허에 대해 라이센스를 받게 됩니다. 풀을 형성한 회사들은 특허 풀에서 발생한 수익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이 특허 풀의 운영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끼워팔기를 하면 안된다는 거에요. , 지분을 늘리기 위해 그 기술과 관련 없는 특허를 넣으면 안된다는 것이죠. 당시 제가 했던 일이 특허가 어떤 특허 풀과 관련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관련된 기술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서 석사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VCNC: 이제 이야기 주제를 안도현님이 이곳에서 하시는 일에 조금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클라이언트들이 자동차 회사인 혼다부터 에서부터 SNS 회사인 페이스북까지 다양한데, 그런 사람들과 일을 할 때 주로 상대방 회사의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되나요? 법률담당자와 일하는지, 아니면 엔지니어도 만나시는지 궁금합니다.

안도현: 회사의 규모에 따라서 많이 달라집니다. 페이스북이나 혼다같은 회사들은 상당히 크고, 사내에 지적재산권에 관련된 부서가 따로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엔지니어와 관련 부서에 있는 변호사들과 주로 일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큰 회사도 사안이 중요한 경우에는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 기술 책임자)나 CEO(Chief Executive Officer, 최고 의사결정 책임자)과 논의하는 경우도있습니다. 아무튼 통상적인 특허출원하는 경우에는, 사내에서 지적재산권 관련 부서로 발명 신고서 제출하고, 그게 적절한 라우트를 통해서 우리에게 넘어오고, 저는 발명자와 직접 접촉해서 내용을 만들고 특허 출원 작업(Patent Prosecution)을 진행하는거죠. 회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발명자가 CEO, CTO인 경우가 많으니 위 책임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게 됩니다

VCNC: 말씀하신 부분들은 우리나라 특허출원과 상당 부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안도현: 네, 무척 비슷해요. 물론 비용의 차이는 있지만...? (웃음)

VCNC:  말씀하신 비용 문제 이외에 한국과 확실히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안도현: 두 가지 정도를 더 생각해 볼 수 있을것 같아요. 하나는 지적 재산권의 시장 규모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판례법적 특징이에요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꼭 한국이 미국처럼 되어야한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생각해볼 만한 점들은 있는 것 같아요.

아까 잠깐 말했지만, 한국은 특허의 출원 및 유지비용이 미국에 비해 무척 저렴하죠. 그럼 미국에서 특허비용이 비싼 이유 중의 하나는 여기 시장이 한국 시장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특허를 받아서 독점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가 큰 만큼 관련된 특허의 비용도 비싸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페이턴트 트롤(Patent Troll)[각주:4] 문제를 잠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같은 경우는 "특허 침해"라는 불법행위에 의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의 한도가 낮습니다. 아무리많이 받아봤자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손해범위 이상을 넘지 못하니까요. 그렇다보니 한국은 페이턴트 트롤들이 특허법의 형사법 조항을 통해서 합의금 등을 취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내는 식으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특허 침해를 했다고 하면서 검찰이 사장을 부르면 골치 아파지니깐. (웃음)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이걸 통해서 큰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죠.

반면 여기서는 민사적인 방법으로도 수익을 충분히 얻을 수 있어요. 시장규모가 큰데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각주:5] 제도가 있기 때문에, 페이턴트 트롤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돈이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관이나 기업에서 페이턴트 트롤 활동으로 재미를 보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허를 출원할 때도 투자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하나는 미국의 경우 특허권의 효력과 관련된 판례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판례를 감안해서 특허 명세서를 작성해야 하니 비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VCNC: 잠시 페이턴트 트롤이 화제가 되었으니, 여기에 대해서 좀 더 짚고 넘어가도 될까요? 안도현님께서는 페이턴트 트롤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안도현: 일단 저희 펌에서 페이턴트 트롤의 대리하지 않습니다특허권을 사고 싶은데 기업에 연락해줄 수 있냐고 페이턴트 트롤로부터 문의가 오기는 하는데저희가 대리하는회사와의 관계도 있고 해서 페이턴트 트롤은 대리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페이턴트 트롤이 어떤 면에서는 특허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덕분에 특허가 수익을 내는 재산이라는 속성이 잘 인식되기에 이르렀으니까요. 사실 페이턴트 트롤이 활동하기 이전에는 특허를 받아도 특허가 "재산"으로의 가치를 잘 발휘하지 못했거든요.  특허는 양도를 하던가 라이센스를 주거나, 두가지 외에는 특허로부터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었습니다.  페이턴트 트롤 덕분에 새롭게 주목하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적재산권에 "유동성"을 부여하는 것이에요. 특허를 사고 파는 것을 마치 집 사고 파는거처럼 생각하게 된 것이죠. 말하자면 "특허의 자산화"측면에서 페이턴트 트롤이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VCNC: 특허의 자산화라. 상당히 인상적인 개념입니다.

안도현: 최근에 오션토모(http://www.oceantomo.com/)라고 특허가치를 산정하고, 자산화 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저희 사무소에서 프레젠테이션한 내용이 있습니다. 기존의 페이턴트 트롤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서 잠시 얘기하겠습니다.  

특허를 비롯한 지적 재산권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자본화 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죠. 그러니까 페이턴트 트롤과 같은 방식이나 전통적인 라이센스 계약외에는 특허에서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죠. 오션 토모에서 처음에 시작한 사업 중의 하나가 경매를 통해서 특허를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을 만든 겁니다.  

현재 오션토모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 모델 중 하나는 등록한 특허와 관련된 권리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오션토모에 특허권을 맡기면 오션토모는 일정량 만큼의 주식을 발행하고 이 주식을 구매하면구매자는 그 특허에 대한 일정한 사용권을 부여받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특허가 있다면, 주식 하나당 물건을 10개 또는 100개 만들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주식이 필요한 사람은 시장을 통해서 주식을 구매해서 제품을 적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주식은 일반 회사의 주식처럼 시장에서 제 3자에 의해 거래되거나 파생상품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겠죠? 대신 주식의 대상이 되는 특허에 대해 무단으로 특허침해가 발생하면, 오션 토모 측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서 철저하게 특허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특허권자는 특허권을 쉽게 자본화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VCNC: 어떤 면에서는 지적재산권 시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그러한 지재권의 자산화에 대한 개념도 등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많이 부럽네요. 이제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미국의 법제도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차이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안도현: 한국의 실무와 차이가 좀 있어서, 미국에 특허를 출원할 때, 한국에서 작성된 특허명세서를 단순 번역하여 출원하면 문제가 될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소송이 많다 보니 그만큼 특허 분쟁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법적인 해석기준이 잘 짜여져 있는데다, 그 해석기준이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를 해요

미국법은 판례법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판례에 따라 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런 점에서는 성문법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와 다르죠. 미국도 물론 성문법이 있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조문의 수도 적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판례들이 그 조문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죠그러다보니 어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재판의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 판례의 효력이 한국보다 더 강합니다.

민수군이 잠깐 질문했던 저작물의 공정 이용(Fair use)를 한번 볼까요. 한국은 저작물을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경우를 법조문에서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민수군이 아까 미국은 공정 이용이 한국에 비해 넓게 인정되고 있느냐고 물었던것 같은데, 실상을 알고 보면 여기도 공정 이용은 상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러한 요건이 성문법이 아닌 판결을 통해서 확립되어 있다는 거죠

VCNC: 아... 제가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해가 되네요. 그렇지만, 한국도 판례의 형식적 기판력은 몰라도 실질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그것 만으로 이런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안도현: 그렇죠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시장규모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해요한국에는 지재권과 관련된 판례가 생각보다 없어요. 한국에서 근무할 때 가끔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사안이 되었는데 법적으로 어떻게 되느냐"라고 문의해서 해당되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보면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그러한 사안을 다뤄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씩 중요한 사건에 대해 기업간에 소송이 붙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사건이 될 만한 기업들간의 분쟁은 보통 조정을 통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지 법원에서 해결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재권과 관련해 확립된 법리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드물고 성문법의 해석에 의존해서 추측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지재권과 관련된 소송이 워낙 많았던지라많은 사실 관계에 대한 판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특허소송이 붙으면 보통 소송비용으로 10억에 이르니까, 여러가지 사실 관계와 법률 주장이 다뤄지게 됩니다. 그만큼 판례도 풍부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한 바와 같이 판례법은 성문법에 비해 자주 바뀝니다. 판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꾸준히 연구를 해야하고, 판례에 따라 특허출원서를 쓰는 방법도 계속 바꿔 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이런 용어 썼더니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 싶으면, 다음에는 그 용어를 피해야겠죠?

VCNC: 그렇군요. 확실히 그런 점들 때문에 공부해야할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신 것 처럼 앞으로의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법제도를 크게 바꿀 수 있을 만한 판결이 현재 계류중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 및 영업 방법(Business Method, BM)에 대해 어디까지 특허권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가 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점에 대해서 이론이 없지만, 문제는 이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느냐,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의 어느 부분까지를 특허로 보호해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미국 산업중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부문이 상당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에 어느 정도 특허권을 인정하는 가에 따라 IT 기업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기술적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보호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순수한 BM도 보호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많습니다. 특허를 가진사람은 좋지만, 이게 공리주의적 관점에 비춰 보았을 때 BM이 사회나 기술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습니다

이러한 특허의 대상과 관련해서 지금 미국 연방대법원(U.S. Supreme Court)에 올라간 사건이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특허의 대상에 대해서 판단 내리는 건 15년 만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특허받을 수 있는 발명의 선을 어디서 그어야 하느냐가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건 대법원판사들도 판단을 내리기 아주 어려운 문제에요. 소극적으로 선을 그으면 소프트웨어 특허권은 다 날아갈텐데, 그런데 미국산업 측면에서 파급효과가 너무 크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선을 그어 비즈니스 모델이나 영업방법을 보호대상으로 인정해주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발명이 보호받게 되고...  법조계에서도 추측만 이리저리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판결이 나모연 IT 산업 분야의 특허에 대한 지형(landscape)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주:6]

VCNC: 미국에서는 이런 법률적인 환경. 법률 자체가 하이테크 기업이나 스타트업 벤처에게 호의적인 환경이라 생각이 드는게 있는지. 예를 들어서 뭘 할려고 할 때 제약이 걸릴만한 규제가 적거나 판이 대기업에 더 유리하게 되어 있는지

안도현: 사실 엔론사태가 있기 전까지는 스타트업 벤처에게 유리한 점이 있었습니다. 여기는특히 사업하는데 규제도 적고 벤처캐피털을 유치하기 쉽고... 벤처기업이 IPO 하는 것도 꽤 호의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엔론사태가 생긴 이후에, Sarbanes-Oxley Act이라는 기업회계개혁법이 입안된 이후에는 기업을공개하기 위한 요건이 많이 강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전보다 Private Company Public Company로 진행하기힘들어진거죠. 그래서 이 법이 생기고 나서 IPO(기업공개)로 가는 숫자가 많이 줄었어요. 요즘 대부분의 벤쳐캐피탈도 그렇고 출구전략을 상장을 통한 독자생존 보다는 M&A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이전보다 스타트업 벤처에게 환경이 안 좋아진 거 같아요

물론 그래도 리소스 많고, 성공했을 때의 보상 측면에서 우리나라보다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딱히 법률적인 면에서 벤처에 호의적이라거나 그런건 아니에요. 한국에서는 VC나 엔젤의 투자가 적은 대신에 정부 지원금이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때는한국에서 창업하는 것도 좋지 않알까 싶습니다. 막연히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하기 쉽겠구나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 같습니다.

VCNC: 스타트업을 하는 벤처기업들이 법을 잘 모르다보니,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더 나아가 사업을 위태롭게 만든다거나 케이스들이 많은지 싶고, 그렇지 않기 위해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이 최소한 어떤 점들은 알아야 하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도현: 하하.양이 너무 많네요. 못해도 한 시간은 말해야 해요. 그게 그렇게 쉬우면 스타트업들의 법무를 저희가 담당하지 않겠죠. 그것 때문에 따로 자료도 만들고 프레젠테이션도 하기도 하고 해요. 실제로 저희가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게 되면 가장 처음 하게 것중에 하나가 잘못된 내용을 정리하는거예요. 워낙 잘못된 케이스가 많고 다양해서 짧은 시간이 다루기가 어렵네요

VCNC: 스타트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런 법적인 문제를 잘 정리할 수는 없는건가요?

안도현: 물론 그럼 좋겠죠. 그런데 그러려면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지출이 너무 크게 들 꺼에요. 알다시피 스타트업이 많아봤자 5명 내지는 6명이 일하고, CEO CTO 역할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역할 구분 없이 다 같이 뛰어다니는데 회사법 문제나 노동법 문제 쪽에 얽매이면 사업을 언제 해요.  그런걸 생각할 정신도 없구요. 그러니까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고 그때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민수): 사실 저도 이런 부분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데, 변호사로 개업해서 스타트업의 법률 전문가가 되는 것도 정말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안도현: 물론 괜찮지만, 잘 생각해볼 필요는 있어요. 통상 스타트업의 성공률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셔야하죠. 스타트업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할때, 저희 입장에서는 이 친구들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사실 스타트업이 성공할 확률은 여기서도 3프로밖에 되지않아요. 만약 97프로가 성공 못하고 망할꺼라 생각하면 스타트업기업을 위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서 성공하기 쉽지 않겠죠. 그래서 이런 스타트업에 법률 자문을 제공해주는 변호사들도 페이먼트 나중에 받는다던지 지분을 받아서 exit할때 수익을 챙긴다던가 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VCNC: 여태까지 실리콘 밸리에서 종사하시는 만나시면서 느낀게 자기일에 만족도가 매우 높으셨습니다. 지금 생활이나 직업이나 생활에 대해서 만족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안도현: 그럼요. 저 같은 경우 직업적인 만족도 높은 이유가 최고 수준의 기술을 계속 접할수 있다는 점이에요. 전 기술에 관심이 많거든요. 변리사도 그래서 했었고. 아까 말했지만, 패러다임의 혁신이 일어나는 기술들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고, 제가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즐겁고 재밌습니다.  기술에 애착이 가기도 하구요.

생활도 무척 좋고 마음에 들어요. 그렇지만 여기서 사는 것에 대해서 말을 해달라면자기 삶의 방향과 관련이 되어서 쉽게 말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한국을 완전히 떠나서 살아야 하니까저는 한국도 좋은거 같아요. 여기도 나름 고충들이 있거든요. 의료보험비부터 시작해서 한국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본인만 생각하면 여기가 좋은데, 장남이고 하니깐 가족도 있고 생각할게 많아요. 사실 저도 지금은 여기서 지내고 있지만앞으로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을 내지리 못했어요. 쉬운 문제가 아니네요 ^^;; 그러니 여기서 혹시 일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한국에서 로펌에 들어가서 일 하시다가 파견형식으로 와서 여기 업무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물론여기서 자리잡을 생각이 있다면야 미국 로스쿨을 다녀야 하겠지만요



인터뷰가 끝나고는 이곳에서 파트너로 계신 송재원 변호사님도 잠시 찾아뵈었습니다. 워낙 바쁘셔서 송재원 변호사님과는 몇 마디 나눌 수 없었지만,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만나뵐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물론! 사진도 찍었습니다. 




안도현 변호사님과 저희 학부 직속 선배님이시기도 한 송재원 변호사님(맨 오른쪽)과 함께. 
재원 선배님, 눈감은 사진 죄송합니다 ^^;; 다른 사진이 없었네요  너그럽게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실리콘 밸리에 가서 굳이 잘 알려진 하이테크 회사들만을 살펴보지 않고, 이와 같은 로펌을 살펴보고 배우고자 한 이유는 이와 같이 하이테크 벤처 산업을 뒤에서 받쳐주는 생태계를 배우기 위함이 있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벤처캐피털에 종사하시는 분 및 컨설팅 펌에 종사하시는 분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D)  그러한 점에서 안도현 변호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는 상당히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하이테크 벤처와 관련한 법률적 이슈들에 대해 조금뿐이지만 맛볼 수 있었고, 이들 하이테크 벤처 산업을 서포트하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보람있었습니다. 벤처 산업의 생태계를 재구축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작금의 우리나라에 있어 이번 인터뷰가 시사하는 점이 많지 않을까요. 이에 대해서 많은 의견들을 기다리면서 인터뷰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1. 시스코는 처음에 라우터를 파는 하드웨어 회사로 시작해서, 지금은 VoIP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네트워크와 관련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135개의 벤처기업을 인수했습니다. 인수된 벤처기업들에 관련된 자세한 리스트는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en.wikipedia.org/wiki/List_of_acquisitions_by_Cisco_Systems [본문으로]
  2. 혹시 미국 로스쿨에서 어떤 식으로 학생들을 괴롭히며 공부시키는지 궁금하신 법은 "소크라테스 문답법"이라 알려진 교육법에 대한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ko.wikipedia.org/wiki/문답법 [본문으로]
  3. http://www.numenta.com/ [본문으로]
  4. 페이턴트 트롤, 내지는 특허 괴물은 특허 기술을 개인이나 기업에게서 사들여, 특허를 침해한 기업에게 소송과 협상을 통해 수익을 얻는 회사를 의미합니다. - 한국 위키피디아 페이지 [본문으로]
  5.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악의적으로 행해진 불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손해의 수 배까지 보상액을 매기게 하는 제도. 미국 특허법에는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본문으로]
  6.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허법상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 및 전자상거래에 대한 사업 방법에 한하여 "방법"에 관한 특허로 인정하여 출원해 주고 있습니다. 다만 실무상에서 이 특허를 통해 권리를 얼마나 보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경험상) 회의적인 의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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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봤습니다~

    • 현우 형님이시군요.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요새는 잘 지내고 있으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니 실리콘밸리 갔을 때 한번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왜 그 땐 그 생각을 못했나 싶네요 ㅠ_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2. 답변도 그렇지만 질문도 참 수준이 높네요^^ 좋은 글 잘 봤어요.

    • 하핫 감사합니다. 사실 너무 매니아틱(?)한 글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 호응 자체는 지난 Mickey님 글만 하진 못하네요 ㅎㅎ 그치만 신경써서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 보람이 있습니다 :)

      미국 하이테크 관련 법률이슈에 대해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아내려고 했는데, 의도대로 잘 된 것 같아서 그래도 다행이네요.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3. 아주 잘 보았습니다. 전 나이가 30살인데,훨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면서 살고 계신거 같아서 부럽습니다. '_'

    • 과찬이십니다 ^^ 저희야 아직 제대로 경험한 것도 없고, 아직까진 간접경험에 머물고 있는걸요. 그치만 칭찬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4. 어려운이야기군요..ㅜㅜ 그래도 꼼꼼이 읽어보았습니다.. 정말 저는 이런쪽으로는 하나도 모르고 있네요...
    그나저나 왜 이 글은 저의 구글리더에서 읽어드리지를 못했을까요...ㅜㅜ
    이제사 확인하네요^^

  5. 대단한 포스팅이네요.^^ 훈남 모임입니다.^^ 찬찬히 읽어봐야겠습니다. 댓글 먼저 답니다.ㅋ

  6.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7. 답변도 그렇지만 질문도 참 수준이 높네요^^ 좋은 글 잘 봤어요.

  8. 답변도 그렇지만 질문도 참 수준이 높네요^^ 좋은 글 잘 봤어요.

  9. 좋은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멋지게 정리 해 주셨네요 :)